토요일, 11월 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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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치고 장고치고

 

글 | 사진: 이덕일

 

한국인이면서 소주, 막걸리를 멀리 할 수 있을까? 아마 우리보다 먼저 온 한인 이민자들은 힘들 때 소주 한잔 들이키며 카! 내뱉는, 막걸리 한잔 마시면서 크! 하는 삶의 활력소를 찾을 수 없었기에 더 힘들었을 것이다.

 

다행이 얼마 전부터 막걸리를 이 곳에서 생산한다. 처음엔 까다로운 술꾼의 입맛을 달랠 수 없었으나 막걸리 맛 갖고 뭐라는 이는 이제 거의 없다. –간혹 누구 말마따나 병아리 물 쪼아먹듯 한 모금 마시며 맛이 있다 없다 하는 이 빼고. 나에게 막걸리 냄새는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술 빵에서부터 시작된다. 내가 국민(초등)학교 다닐 때이니까 아주 오래 전 얘기다. 밀가루반죽을 막걸리로 해 만든 빵에 버터를 (버터가 아니고 마가린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실온에 놓아도 딱딱함이 유지되는 엉성하게 만든 것이었지만 그때는 버터라고 불렀다. 그리고 비싸서 조금씩 발라 먹으라고 -엄하게-교육받는다.) 발라 먹으면 환상이었다.

 

나는 술이 없으면 못사는 술꾼은 아니다. 그렇다고 술좌석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막걸리 소주가 있는 술좌석을 좋아한다. 소주 막걸리와는 한국 반찬이 모두 안주로 어울린다. 나는 그 안주를 더 즐긴다. 진짜 술꾼들의 눈총을 가끔 받곤 하지만 그런 눈총에 신경 써 본적이 없을 정도로 강 심장의 소유자이다. 안주의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일종의 철학(?)이지만 특히 토속음료 술자리, 아니 안주자리를 좋아한다. 이런 내가 간혹 퇴근하면서 들리는 곳이 있다. 코퀴틀람 세종미용실이 있는 몰에 있는 <북치고 장고치고>이다. 한때 한국 전통무용학원이냐며 걸려오는 전화가 종종 있었다지만…… 토속민속 주점들이 대개 한번 더 생각해야 알 수 있는 그런 이름을 짓는다. <나의 남편은 나무꾼>처럼. IQ 시험할 것도 아니면서.

 

<북치고 장고치고>에서 사장을 찾을 필요가 없다. 그 곳에 가면 영락 없이 만나는 대리 사장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도예가 도암 김정홍 선생이다.

 

오늘은 이 집의 술잔이 주인공이다.

 

예로부터 사랑의 물은 술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사랑(술)에 빠지면 가슴을 울렁울렁해진다. 우리에게 술잔은 바로 사랑을 담는 잔인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옛날 여인들은 아무에게나 술잔을 따르지 않았다. <북치고 장구치고>의 사랑의 술잔은 도예가인 도암 김정홍 선생이 가마에서 직접 구워 낸다. <북치고 장구치고>에는 유약을 바르지 않은 술잔이 있다. 원하는 사람들은 자기 만의 무늬를 술잔에 그리고 5불을 내면 며칠 후 도암 선생이 만들어낸 자기 술잔을 볼 수 있다. 그 곳에 보관하여 언제건 도예가가 만들어준 내 술잔으로 한잔 할 수 있다.  이때 낸 5불은 보관하여 적당한 때 필요한 단체에 후원금으로 쓰기로 약조하였다 한다.

 

술잔에 쓰여져 있는 글귀는 한잔을 걸치고 썼기 때문인지 몰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고 철학자의 수준을 넘나든다. 자기들끼리만 알 수 있을 숫자나 암호를 적어놓은 것부터 흔하디 흔한 사랑타령을 고집하는 것은 물론 인생을 규정짓는 명언들을 써 내려간 것까지…… 하나 하나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각 술잔 마다 일련번호를 붙였는데 벌써 80번이 넘었다.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해 이 글의 제목으로 삼았다. 고운정> 미운정 그래서 산다. 그래 고운정이 조금은 더 있어야겠다.

 

소문이 빠르다. 자기 술잔 찾는 손님이 오늘도 몇 명째다. 그리고 온 김에 그 잔으로 한잔한다. 그리고<북치고 장구치고> 옆에는 김밥천국, 멕시칸 양념통닭, 노래방이 차례로 있어 하루 밤을 지내는데 불편함이 없게 잘 구비되어 있다. 나도 어제 막걸리 한말을 받아 왔다.  

 

고향의 맛을 지키고 고향의 흙으로 빚은 우리 도공이 빚은 술잔으로 서로 고운정을 담아 하나하나 쌓아간다면 캐나다에서의 우리 인생이 간혹 힘들어도 살아 갈 수 있지 않을까? 혹 사랑이 부족해 더 필요하면 술잔이 아니라 사랑 가득 담은 술병으로 주문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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