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11월 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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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의 음악세계 17회

쓴소리 단소리 (6)

 

             지난주까지 밴쿠버 음악환경이 가진 장단점을 학생과 교육자의 관점으로 다뤄봤다. 이번주는 연주자입장에서 보는 장점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연주자들이 생각하는 밴쿠버란 도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무엇일까. 아마도 여러가지 다양한 것들이 있을것이다. 많은 장점 중 필자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래와 같이 크게 3가지이다.

1.           다양성이 확보되어 있다.

             지난 칼럼에서도 이야기했듯 밴쿠버같은 중소도시에서 이렇게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밴쿠버와 비슷한 크기의 도시인 오레곤주의 포트랜드나 캘리포니아주의 샌디에고를 보자. 인구의 대다수가 백인이고 동양인 또는 그외 유색인종은 말그대로 눈에 잘 띄지않는 ‘마이너’일뿐이다.

             다른 지역에서 즉 동부나 중부 또는 남부에서 이주해온 사람들 역시 만나기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지방의 토박이들이다. 포트랜드나 샌디에고와 마찬가지로 미국 동부지역의 볼티모어나 피츠버그 또는 워싱톤DC역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인구 2백만~3백만명의 중소도시에서 다양한 배경의 사람을 만난다는 건 아직까지 쉽지 않다.

             밴쿠버란 그다지 큰 도시가 아닌 곳에서 다양한 인종은 물론 캐나다 동부 중부 등 모든 지역의 사람들을 만날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살아온 경험으로 형성된 렌즈로 세상을 보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나와 똑같은 경험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것은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과 같다. 내가  제아무리 똑똑하고 세상을 보는 식견이 넓어도 지구에 살고 있는 71억명(2013년 1월 기준)중 그저 단 한사람이 보는 시각과 생각일 뿐이다. 세상을 더 알고 배우고 싶으면 더 많은 경험과 다양한 시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우리는 밴쿠버내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과 캐나다내 여러지역에서 온 이주자들과 활발한 교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현실이다.

             음악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리 같은 곡을 연습해도 나와 똑같이 연주할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모두가 제각기 다른 소리와 색깔을 가지고 있다. 베토벤의 ‘운명’이 같은 운명이라도 토론토 필하모니가 연주한 운명과 몬트리얼 필하모니가 연주한 운명은 확연히 다르다. 그 운명이 같은 운명이 아니다.  같은 캐나다동부라고 하더라도 다른 소리가 나는데 다른 문화권의 경우는 그 다름의 깊이와 넓이는 당연히 더 넓고 깊지 않을까. 

             서양문화권과 서구화되어 있는 우리 한국과 일본등의 경우 음악하면 주로 서양식 팝음악이나 유럽의 클래식 또는 미국의 재즈음악만이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실제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iPod나 자동차안에서 듣는 음악을 보자. 대부분이 그렇지 않나.) 그러나, 이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음악이 존재한다. 단지 모르고 관심이 없었을 뿐이다.

             주위를 살펴보자. 정말 다양한 음악이 있다. 우리가 어디가서 인도음악, 이란음악, 그리고 아프리카 음악을 접하고 그들과 음악적 교류를 할수 있을까. 철저히 서구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이런 다양한 음악을 접하고 이들과 직접적으로 교류하는 것은 분명 연주자로서 한단계 더 성장하고 성숙하는 일이다.

             그다지 큰 도시가 아닌 밴쿠버에서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많은 연주자를 만날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들과의 활발한 교류와 활동을 통해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할수 있다. 다양한 연주자들을 통해 음악에 대한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더 깊은 이해를 할수 있지 않을까.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연주자들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발전할수 있는 환경은 우리에게 어느것보다 더 소중하다. 감사할일이다.

2.           “인프라”(Infra-structure)라고 하는 외적환경이 좋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밴쿠버의 자연환경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멋진 산과 바다가 같이 있는 도시가 지구에서 몇이나 될까. LA, 샌프란시스코, 포틀랜드 등 비슷한 도시가 있긴 하지만, 밴쿠버처럼 높은 산과 아름다운 바다가 서로 가까이 위치해 경관이 좋은 도시는 개인적으로 본적이 없다.

             자연환경과 더불어 주택여건 역시 좋다. 주택 대부분이 아주 쾌적하고 거주하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을정도로 잘 지어졌다. 렌트비 역시 여타 다른 북미주 도시에 비교하면 괜찮은 편이다 (물론 알다시피 집을 소유할 경우는 사정이 정반대이다.). 처음 밴쿠버에 도착한 날 ‘이렇게 좋은 곳이 세상에 있었나?’하고 생각했던 사람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 같다. 

             주거환경만큼 음악을 하는 외적환경이 좋다. 예전에도 잠시 언급했듯 리허설공간이 충분히 넓고 쾌적하며 시설 역시 매우 만족스럽다. 심지어 어떤 리허설공간은 특급호텔처럼 냉장고와 부엌까지 있는 경우도 있다. 피아노, 기타앰프 그리고 드럼등 장비 역시 나쁘지 않다. 이런 공간을 빌리는 비용 역시 매우 저렴하다. 뉴욕이나 런던같은 다른 큰도시들의 반값정도다.

             리허설공간은 물론 연주자들에게는 공연장을 대여하는 문제 역시 매우 중요하다. 밴쿠버에는 뉴욕이나 파리처럼 아주 근사하고 전통있는 공연장은 없지만 중소도시치곤 꽤 괜찮은 공연장이 많이 있는 편이고 대여비 역시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는 수준이다. 이정도 수준이면 음악을 할수 있는 물리적환경은 거의 완벽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무엇을 더 불평하나? 그저 모든게 감사할 뿐이다.

3.           관객이 까다롭지 않다.

             각도시를 돌아다니면 도시마다 가진 관객의 특징들이 있다. 서울의 경우 관객들이 매우 열정적으로 라이브음악을 즐기는 것이 특징이고 뉴욕의 경우 관객들이 새롭고 실험적인 것에 크게 열광하는 것을 알수 있다. 보스톤의 경우는 다소 보수적이라 뉴욕의 관객처럼 실험적이고 새로운 것 보다  전통적이고 완벽함 그리고 학구적인 가치가 큰 음악을 추구하는 것을 느낄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르헨티나의 경우는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무척 잘 즐기고 호흥이 대단하다.

             반대로 뉴욕은 어지간하게 새롭고 실험적이지 않으면 반응이 시원찮다. 중간에 공연장을 나가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보스톤의 경우는 정통적이고 학구적으로 완벽함에 가깝지 않으면 큰 호응을 얻기 힘들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무엇보다 음악이 흥겹고 즐거워야한다. 서울의 경우 정열적이면서 날카로운 귀를 가지고 매우 비판적으로 음악을 듣기에 완벽함과 새로움 그리고 실험적이지 않으면 외면받기 쉽다 (필자가 여러도시를 돌면 연주를 해본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우리 한국사람들의 귀가 제일 까다롭다). 도시마다 이렇게 특징이 분명하다.

             그러나, 밴쿠버의 경우는 무엇을 어떻게 해도 관객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늘 큰 박수가 터져나오고 연주를 잘하던 못하던 관객이 연주자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모습을 늘 볼 수 있다. 전문적인 연주자들에게는 다소 심심할수 있으나 이제 막 연주자에 길에 들어서 초보 또는 준프로 연주자들이 심리적인 큰 압박을 전혀 느끼지 않는 분위기다. 밴쿠버관객은 연주자들에게 매우 협조적이다. 관객이 크게 비판적이고 날카롭지 않아 학교를 졸업후 처음 실전 경험을 쌓고 자신의 커리어 기초공사를 하기엔 나쁘지 않는 환경이다.  -계속-

 

글쓴이: 이상준

이멜: jonleemusique@yahoo.com
홈페이지: www.jonleemusiq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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