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9월 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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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의 음악세계 13회

쓴소리 단소리 (3)

 

지난 칼럼에서 다룬 관객입장에서 본 밴쿠버가 가진 장점 3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다양한 인종이 사는 복합문화사회인만큼 여러 음악을 접할수 있다. 각자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보자. 언제 중국음악, 인도음악, 이란음악등 다민족음악을 들어본적이 있는가. 아마 TV에서도 보기 힘든 음악을 우리는 지역사회에서 직접 접할수 있다. 정말 소중한 것들이다. 둘째, 미국이라는 세계최대시장을 불과 자동차로 30분거리에 둔 밴쿠버는 일년내내 유명아티스트의 공연을 어떤 특정장르에 편향없이 골고루 꾸준하게 접할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200만이 사는 중소도시이지만 제법 전통있는 음악페스티벌이 3개나 있다. 겨울은 심한 우기로 우울하고 버티기 힘든곳이지만 반대로 밴쿠버의 여름은 환상적인 날씨와 여러 페스티벌을 통해 어느도시보다 더 즐겁게 보낼수 있다.

오른손이 있으면 왼손이 있고 낮이 있으면 밤이 있다. 밴쿠버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나 불평불만이 여러곳에서 존재하는 것과 같이 이곳도 음악환경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늘은 관객입장에서 볼때 필자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아쉬운점 몇가지를 이야기하려 한다. 

 

아쉬움점 3가지 

 

  1. 모자이크(Mosaic)가 가진 한계를 음악에서도 볼수 있다.

캐나다의 복합문화는 다양성을 확보하는Mosaic로 대변된다. 그리고, 제법 이 ‘모자이크’에 대한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듯 하다.  캐나다는 일반적으로 ‘용광로’로 일컽는 미국의 복합문화를 다양성을 파괴하는 “Assimilation”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Diversity 즉 다양성을 강조해 미국의 다문화정책과 차별화에 나름 성공한듯 하다.  그러나, 필자는 여기서 다양성을 강조한다는 Mosaic정책에 대한 찬양과 다양성을 파괴한다는 미국의 Assimilation정책에 대한 일반적인 비판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자 한다. 

             먼저 미국의 ‘용광로’는 복합문화를 다양성을 파괴하는 정책이라고 일반적으로 비판한다. 하지만 필자가 실제 90년대 보스톤에서 미국사회를 경험하고 이후 또 2010년부터 뉴욕에서 생활해본 결과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다양성이 파괴한다는 일부비판에 대해 이론상(?) 부분적으로  동의하지만 실질적으로 들여다보면 여러 다양한 문화권이 서로 활발히 교류하고 상호협력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수 있다.

한인타운은 더이상 한인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고 모든 인종을 위한 장소가 된지 꽤 오래다. 학교는 물론 주류사회는 이민자들에게 기회를 완전히 가로막지 않는다.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다는 사실을 알수 있다. 더 나아가 서로 다른 문화의 활발한 교류로 상호협력이 잘 이뤄져 새로운 아이디어와 가치들이 창출되는 것을 목격할수 있다. 즉 Assimilation이라는 “융합” 또는 “통합”이라는 말보다 문화간 “Integration & Collaboration” 즉 교류와 상호협력이라는 표현이 더 잘어울린다고 할수 있다.

반대로 캐나다는 Mosaic이라는 다양성을 확보하는 정책에는 성공했지만 위에서 언급한 “교류와 상호협력”적인 부분에서 다소 아쉽다. 실제로 우리 주위를 보자. 다른 문화권과 교류가 얼마나 있는가. 소수문화권은 말할것도 없고 영어권과 불어권사이의 소통과 교류도 매우 미진한 것이 우리 사는 이곳의 현실이다.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동시에 서로간의 교류가 활발해야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교류없이 어떻게 상대방을 알수 있고 협력한단 말인가. ).

서로 다른 인종과 문화사이의 벽과 경계가 더무 두텁고 높다. 캐나다의 Mosaic은 마치 일식의 “벤또박스”와 같아보인다. 일본식 도시락이 육안상 보기 그럴듯하고 이쁘지만 음식문화적 관점에서 봤을때 큰 점수를 주긴 힘들다. 조화로운 우리 한식의 “비빔밥”이 나아보인다 (각종 나물과 밥을 한그릇에 모두 비빈다고 각종 나물이 가진 특성과 영향소가 소멸되지 않는다.). 문화간 소통이 절실하다.

음악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여러 다양한 문화의 음악을 접할수 있지만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아 새로운 가치와 아이디어가 창출되지 않아보인다.  물론 모두가 그런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20년전이나 지금이나 두드러진 큰 변화가 없다. (20년은 긴 시간은 아니지만 강산이 2번 변할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기도 하다.) 변화가 미진하다는 것은 그다지 긍정적인 현상이 아니다.

다양한 전통음악을 들을 수 있으나 교류를 통해 새로운 음악을 들어본적이 거의 없는듯 하다. 다양성을 확보했지만 교류와 상호협력의 부재로 그 다양성이 궁극적으로 지양하는 새로운 가치와 변화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이 부분은 우리가 깊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1. 음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이명박 현 대통령이 과거 서울시장시절 우리 한국사람들은 표지판 또는 사인을 보지 않는다고 한때 비판한 적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일반적인 30대와 같이 MB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과거 이대통령의 말에 동감한다. 우리가 표지판을 잘 읽지 않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충분한 정보가 표지판에 제공되지 않는다면 누가 그것을 보겠는가. 한국에 가면 여러가지 첨단 시설에 감탄하지만 교통신호, 표지판, 그리고 사인등에 담긴 내용과 정보가 부족할뿐 아니라 상당히 부정확하다는 것을 알수 있다. 봐도 도움이 안되는 정보를 시민들이 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서울시민이 사인을 잘 읽지 않는 것은 사실이나 그 사실만을 나무랄것이 아니라 그 배경과 원인파악을 먼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서울의 교통표지판과 사인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처럼 밴쿠버는 음악관련 정보가 매우 부족하고 또 불투명하다. 앞서 말한 다양한 민속음악을 접할수 있지만, 어디서 어떤방법으로 관람할수 있는지 알길이 없다. 물론 버스정류장이나 벽지에 조그만하게 벽보나 포스터를 붙혀놓긴 하다. 그러나, 지나치기 일수이다. 음악일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필자의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다면 일반사람의 눈에는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고 보면된다. 물론 Georgia Straight같은 주간문화지가 있긴 하지만 대형 팝이나 락공연들을 제외하곤 소개가 되지 않는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알길이 없다. 막막하다.

과거 필자의 이민초창기시절이 문득 생각난다. 밴쿠버에서는 대중들이 어떤 음악을 듣는지 궁금해 사방을 돌아다니면 정보를 수집하려고 했지만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해 힘들어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물어보면 돌아오는 말은 “네가 알아서 좋은거 찾아들어”라는 다소 성의없는 답변이다. 물론 가장 정확한 말이지만 거꾸로 한국에 대한 정보가 없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자네가 알아서 입맛에 맞는 좋은데 찾아다니세요.”라고  말하면 어떨까. 그저 시작이라도 할수 있는 간단하고 기본적인 정보와 자료만 필요할뿐이다. 여러 다양한 음악과 라이브공연을 보고 싶지만 TV를 켜도 지역신문을 읽어도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 음악공연에 가면 관객이 늘 연주자의 가족 또는 지인밖에 없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1. 수준높은 로컬음악을 접할기 힘들다.

  밴쿠버는 유명한 팝 또는 락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종종 접할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수준높은 로컬음악을 접할수 있는 기회는 많이 부족해보인다. 물론 음악의 질을 논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음악 수준의 높낮이를 재는 잣대는 듣는 사람마다 다르다. 다만, 실력있는 연주자 또는 음악가들이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좀더 독설적으로 이야기하면 기본이 안되어 있는 음악인들이 상당하다. 자동차를 잘 고치고 안고치고의 평가의 기준은 다양할수 있으나 엔진과 트렌스미션을 구분 못하는 정비사는 정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이곳의 많은 음악가들이 스스로 “프로페셔널”이라고 자평하지만 그것은 스스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것이다. 설상가상 스스로 ‘프로’라고 말한다면 연주와 음악의 질은 물론 공연준비과정 및 관객에 대한 매너 등 모든 음악관련 모든부분에서 크게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한다. 스스로 음악전문가라고 주장하지만 필자의 솔직한 견해로는 대부분이 이제 막 시작하는 “아마츄어”이고 ‘프로페셔널’이라고 자평하기보다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할지 끝없는 노력이 절실해보인다 (밴쿠버 연주자들이여 정말 각성하자.).  

관객의 입장에서는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유명아티스트의 공연을 보는 것도 좋지만 사실 수준높은 로컬뮤지션의 공연을 보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음악과 모든 문화예술은 그 지역의 사회를 대변한다. 그래서 로컬음악공연에 가면 더 친밀감을 느낄수 있다. 하지만 지역의 사회문화를 대변할만한 성숙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은 크게 유감스럽다. 관객을 위해 로컬뮤지션들이 더 각성하고 “음악의 본질”에 더 집중하고 노력해야 할 문제이다.

 정리하자. 내가 생각하는 관객입장에서 보는 아쉬운점은 이렇게 3가지이다. 첫째, 여러 문화의 음악이 있지만 그저 모두가 전통적일뿐이다. 물론 전통적인 것은 좋은 것이다. 다만, 서로 다른 문화간의 보다 더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음악과 문화적 가치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아쉽다. 벤또박스는 그저 겉으로 보기 근사할뿐이다. 앞으로 더 노력하고 변해야 할부분이다. 둘째는 음악관련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 필자는 20년 이상 밴쿠버에서 살았고 음악일에 전문적으로 종사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밴쿠버내 정보를 구하기 힘들때가 많이 있다. 일반사람들은 물론 처음 이민온 new comer들에겐 정말 막막한 곳이다. 마지막으로 수준높은 로컬음악을 접하기 힘들다.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스스로 ‘프로’라고 자평하고 싶다면 적어도 그것에 걸맞는 실력과 행동을 책임있게 보여야한다. 관객은 수준높고 잘 준비된 음악을 접할 권리가 있다.

이번 칼럼에선 다소 우울한 이야기를 했다. 다음 칼럼에선 밝은 내용이 기다리고 있다. 음악교육적 관점에서 보는 밴쿠버가 가진 장점들에 대해서 다룰 예정이다.

 

이상준

email: jonleemusique@yahoo.com
website: www.jonleemusiq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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