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8월 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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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에 핀 눈물 꽃, 단원고 2학년 11반

글/사진: 이덕일 기자/ 코리안 뉴스

“세월호 이젠 지겹다.” “아직까지 세월호 얘기냐?” “이젠 노란색이 지겹지도 않냐?”고 생각하신 적이 있는가? 이런 생각이야말로 바로 정부의 시녀 역할을 하는 일부 보수 언론들과 현정권이 원하는 방향이다. 그러면 언제나 그래왔듯이 흐지부지되고 우리의 관심 속에서 멀어지며 결국 힘없는 국민들은 반응 없는 주장을 목이 터져라 외치다가 슬며시 모두의 관심 밖으로 사라지게 된다. 지금까지 이런 일들을 반복했기 때문에 정부가 국민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이제 정부는 국민을 두려워하지도 않게 되었다.

내 주위의 캐나다인들은 꽤 많이 세월호에 대해 알고 있다. 한결 같이 그들은 한국 정부가 그리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세월호를 인양하지 않는 것은 더욱 믿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야 조사를 시작할 수 있을 텐데 지금은 정부는 어떤 조치를 취하냐고 반문한다.

국민이 정책에 특히 선거에 참여할 때만이 정치인들은 국민의 말을 듣는다. 이들의 행보에 항시 감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철저히 해야 할 언론이 그 역할을 하지 않으니 세월호 유가족들이 해외로 나오는 것이다. 대한민국 언론은 도대체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 길이 없다.

세월호 피해자 고 김도언양의 어머니 이지성씨와 고 박예슬양의 아버지 박종범씨가 참석했다. 다운타운 간담회는 학생들과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24일에, 코퀴틀람 간담회는 25일 각각 열렸다. 특히 25일 교민 간담회는 호텔 회의실이 가득 차 추가로 의자를 가져와야 했을 정도로 많은 유학생, 교민들이 모여 유가족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도언이 엄마’라고 소개한 이지성씨는 “우선 해외 동포들이 많은 도움을 주신 것에 감사 드리기 위해 오게 되었고 세월호의 진실을 알고 싶고 그 진실을 알리고 싶은데 현재 한국의 언론들이 유가족의 목소리를 너무나 외면해서 이렇게 멀리까지 오게 되었다”며 “교민들과 해외 언론의 힘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예슬이 아빠’ 박종범씨는 “유가족들은 힘이 없지만 국민들이, 해외 교민들이 힘을 모아 주신다면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며 “당장은 한 목소리로 ‘세월호의 조속한 인양’을 촉구해 달라”고 전하였다. 캐나다를 오면서 생각했다고 했다. 평시 아빠한테 해외여행 시켜주겠다던 예슬이가 세상을 떠나면서까지 아빠를 이 비행기를 태웠다며 목이 메워 말했다.

이들 유가족의 얘기를 듣는 내내 그 자리에서 또는 구석에서 모두 눈물을 훔쳤다.

이명수 ‘치유공간 이웃’ 대표의 글을 여기에 옮겨 봄이 다가오는 계절에 이런 예쁜 봄을 반가이 맞이할 수 없는 유가족들의 마음을 위로코자 한다.

 

안산의, 봄

 

안산에서 첫봄을 맞으며 기도하는 일이 잦아졌다. 환청으로 시끄러워서다. 처음에 나는 그것이 꽃대에 물이 오르고, 땅이 갓 구운 빵처럼 말랑해질 때 들리는 봄 소리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그건 시가전 한가운데서 몸이 감지하는 전쟁음에 가깝다. 정신과 의사인 아내도 그렇다고 해서 겨우 안심할 만큼 격렬한 소리 없는 총성이다. 아이 잃은 엄마 아빠와 형제들에게 지금 안산의 모든 곳은 어디에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시가전의 현장이다. 아이가 사진을 찍던 교정의 나무그늘, 등굣길, 아이가 자주 가던 편의점, 피시방, 자전거를 타던 천변길… 도처에서 아이를 만난다. 무슨 수로 그 총알을 피하나.

트라우마를 겪은 시기가 다가오면 그 상처가 생생하게 재현되면서 깊은 우울에 빠지게 된다. 그때의 온도와 습도, 공기가 각인되듯 남아 있어서 고통을 반복 경험하게 된다. ‘기념일 우울증’이다. 지금 안산의 봄이 그렇다.

학교 안팎으로 벚꽃이 흐드러져서 그 꽃 그늘 아래서 사진을 찍지 않은 아이가 거의 없다. 꽃과 관련된 엄마들의 고통도 그만큼 크다. 꽃망울을 보고 ‘이제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했단다. 꽃망울을 고통의 전조로 기억하는 것이다. 꽃이 피지 못하도록 꽃봉오리를 다 따 버리고 싶다는 엄마도 많다. 어느 엄마는 아이가 저녁 8시에 보는 벚꽃이 제일 아름답다고 했다며 아이처럼 벚꽃의 개화를 기다린다. 광주 시민들이 겪는 ‘5월 증후군’처럼 안산에 있는 이들도 오래 ‘4월 증후군’을 겪을 것이다. 250명의 꽃망울 같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학살되듯 사라졌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엄마들에게 아이는 아직도 사라진 존재가 아니다. 어디에나 있다. 그것도 생생하게.

집 화장실 세면대 위로 거미 한 마리가 내려오는데 거미줄이 안 보이더란다. 순간 엄마는 ‘내가 보고 싶어서 걔가 거미로 왔구나’ 생각했다. 그담부턴 하루살이도 못 죽이겠더란다. 혹시 엄마 보고 싶어서 온 내 새끼일지 몰라서. 매일 산에 오르는데 새소리가 유난히 많아졌다며 ‘날 보고 반가워서 그런 거 같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산에 가요’ 하는 엄마도 있다. 분향소나 추모공원에 있는 아이 사진의 표정을 전하는 엄마의 말도 매일이 다르다. 어떤 날은 ‘오늘은 우리 아이가 무척 슬펐어요’ 하고, 또 며칠은 무엇 때문에 아이가 즐거워한다고 엄마의 얼굴마저 환하다. 그런 엄마들의 마음을 전하는 치유자 정혜신의 표정도 겨울과 봄을 오간다.

함께 있을 때는 잊고 사는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이가 곁에 없어서 더 생생해진다. 어디 한군데 아이가 있으면 그만하겠는데 확인이 안 되니까 모든 것에 혹시 하게 된다. 개인적 영역에서 비슷한 일을 당한 모든 엄마는 똑같다. 세월호 트라우마는 집단이 공유하는 상처라서 남달라 보이는 것뿐이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구십의 엄마가 아이들 내복을 사는 다큐를 봤다. 아이와 이별한 지 70년이 넘었음에도 나중에 만나면 아이들에게 입혀 보고 싶어서 그렇다. 그게 엄마다.

안산에선 지금 그런 엄마 아빠들이 아이들이 보고 싶고 만지고 싶어서 목숨을 걸고 벌이는 시가전이 치열하다. 그러니 ‘일년이나 됐으니 이제…’ 따위의 말들은 무지하고 잔인하다.

꽃망울이 한창인 안산에서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시가전을 벌이고 있는 부모형제, 생존자 친구들, 단원고 선생님들, 아이와 가까웠던 이웃들 그리고 그곳에 함께하는 연대자들과 자원봉사자를 위해서 간절히 기도해 주시기 바란다. 촛불 하나 켜고 아이를 위해서 눈물 흘려 주시기 바란다. 그런 공감만이 사람을 구한다. 이 모진 시간을 통과할 수 있게 해준다. 해보면, 그것이 자신이 위로 받고 응원 받는 일임을 알게 된다. 공감자들만이 얻을 수 있는 덤이다.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집회가 4월 11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Vancouver Art Gallery, Robson St방향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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