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10월 28, 2020
Home Culture/Art Interview with people of culture and art 밴쿠버에서 태어나 자란 한인 2세 작가, 크리스티나 박

밴쿠버에서 태어나 자란 한인 2세 작가, 크리스티나 박

첫 영문 소설 ‘잿더미 위에 세운 집’- The Homes We Build On Ashes

 

밴쿠버에서 성장한 한인 2세 크리스티나 박(Christina Park, 45세)이 영문 소설 (The Homes We Build On Ashes)을 캐나다에서 출간했다.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저는, 밴쿠버의 한인 2세로서 캐나다 영어권의 작가로 처음 등단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만, 다른 아시아계에서는 2세 작가들을 이미 여럿 배출한 것에 비해, 우리 한국 2세들을 더욱 북돋워 줄 책임까지도 느끼며 격려하고 싶습니다. 캐나다는 물론 밴쿠버 지역사회에도 어떤 의미가 있었으면 합니다.”고 말한다. 지난 9월 30일 출간된 이 소설은 대형 서점인 아마존(www.amazon.ca)과 인디고(www.chapters.indigo.c)에서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지난주 출판 기념회를 위해 밴쿠버를 방문한 박씨를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나 소설과 관련해 얘기를 나눴다.

 

일제 강점기, 억압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6.25 전쟁과 부산 역전 대 화재를 겪은 ‘나라’라는 주인공이 캐나다 밴쿠버에 정착하는 줄거리를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작가 박씨의 외할머니의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다. “시대적 배경으로는 외 할머니의 전쟁과 대화재의 경험을 토대로 1950년대를 기준으로 하였고 그 이후 외할머니의 캐나다 정착을 그 시기로 맞춘 것은 사실이지만 소설의 다른 많은 스토리는 픽션이에요.” 그래서 스토리와 국가 간의 역사적 사건의 시기를 맞추기 위해 약 6개월 정도를 들여 사전 조사를 해야만 했다. 정확한 자료조사 덕분에 소설은 약 2개월 만에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몇 년 전,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캐나다에 살고 있던 일본/중국인들에게 가한 캐나다 정부의 가혹한 행위에 대해 정부의 공식 사과가 있었으며 특히, 일본 커뮤니티는 보상까지 받아 현 일본 커뮤니티 센터로 쓰고 있는 ‘닛케이 센터’를 지을 수 있는 자금의 마련하게 되었다. 당시에 인터뷰하기 위해 내가 방문하였던 중국과 일본 커뮤니티는 교민 자체적으로 엄청난 자료를 확보하고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났다. 이렇듯 중국이나 일본은 민간 차원에서 역사를 캐나다 사회에 잘 알리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한인 사회는 특히 내세울 만한 내용이 없다. 내 기억이 옳다면, 2008년 극단 하누리에서 기획한 위안부를 소재로 한 연극 ‘나비’가 내가 생각하는 유일한 교민 사회가 지원한 우리의 전쟁 역사를 알린 문화 행사였다. 특히, 작금의 밴쿠버 한인회는 두 패로 나뉘어 서로 정당한 한인회라 일컬으며 법정 싸움을 목전에 두고 있음을 생각할 때 답답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같은 시기에 시내에 뿌려진 인쇄물에서 위안부를 일컬어 “일반 창녀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는 망발을 접할 때 밴쿠버 한인 사회의 한 극단적인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에서 위안부는 ‘나라’의 친구 ‘민주’를 통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박씨는 “납치당하거나 강압적으로 노예가 된 이 여성들의 투쟁에 대해 알리고 싶었다”며 “우리는 그들을 ‘위안부(Comfort Women)’라고 부르지만 난 이 표현을 굉장히 싫어한다. ‘위안부’는 일본 군인들의 시선에서 사용된 단어이기 때문이다. 한국 역사의 중요한 한 부분과 아직 이에 대한 공식 사과가 없었다는 점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제가 이 소설을 쓴 동기는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우리의 역사적 사실이 소설이나 문학의 소재가 되어야 하며 캐나다에 이주한 한인들의 이야기를 (바른) 역사적 사실을-일본의 만행 통해 캐나다 사회와 캐나다 한인 후세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소설 속의 친구 민주를 통해 일본군의 성 노예인 위안부 피해를 알리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용서의 본질, 그리고 용서 행위와 용서를 구하는 필요성 사이의 관계를 다룬다. 한국도 일본도 변하고 있지만, 밴쿠버도 변했다. 아직도 그 모습을 엿볼 수 있듯이, 과거 중국인들이 모여 살던 곳, 이탈리아 커뮤니티가 모여 살았던 곳이 있는가 하면 어느 동네는 돈이 있어도 외부인을 받아주지 않는 곳도 있었다. 이런 밴쿠버도 용서를 구하고 다문화 도시로서 변화하고 있는 것을 인정하듯이 캐나다에서의 우리 한인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으면 하는 바램을 말했다.

 

박씨는 최근 버나비 시에 건립하려다 보류(사실 실패했다고 보지만)된 사실에 대해 “모르고 있었지만 이런 일들은 정치적 외교적 관계가 개입되면 어려워지기 때문에 정치적 방법보다는, 문학이나 영화, 연극, 음악, 공연 등 문화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고 의견을 말했다.

 

최근 한국의 언론사들이 ‘까만 머리 외국인’이란 말을 많이 쓴다. 대부분 병역 비리나 자금 해외도피 등 부정적인 사건을 들먹일 때 재외 교포를 비아냥거리는 데 쓰는 어휘이다. 하지만 그들이 단 한번이라도 우리 교민들의 고충을 이해하려고 노력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언어와 문화 차이를 극복하려는 건 애교로 볼 수 있다. 먹고 살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그러면서도 한국을 잃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까만 머리 외국인’이라니 얼마나 무책임한 사람들인가? 캐나다에서 태어나고 자란 박씨가 한국의 역사를 문학적 소재로 이용했다. 물론 법적으로는 캐나다인이다. 그녀를 두고 ‘까만 머리 외국인’이라고 할 텐가? 가장 ‘한국인’답다고 생각하는데-물론 그녀 자신이 좋아할지는 다른 얘기지만.

 

앞으로 “제 소설이 번역되어 캐나다 한인들은 물론 한국에 있는 독자들이 책을 읽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직 다른 계획은 없고 이 책을 홍보하는 데 전념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내가 왜 자꾸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다.

 

밴쿠버에서 태어나 자란 박씨는 UBC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옥스퍼드대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다현재 남편, 딸과 함께 몬트리올에 거주하며 풀타임 테크놀로지 관련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의 부친은 소설가로 유명한 박상륭씨다. 박상륭 작가의 대표작으로는 영화로 각색돼 1996년 칸영화제에서 상영된 ‘죽음의 한 연구’가 있다.

 

사진: 작가, 크리스티나 박, 그녀의 첫 영문 소설 ‘잿더미 위에 세운 집’- The Homes We Build On Ashes 커버 (사진 왼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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